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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너의 이름은

by 물빛...물.들.다. 2021. 7. 18.

[너의 이름은]

산천초목 푸르름이 무성한 어느 여름날 아침이었다.
어여뻤던 옛마음이나 더듬어보자는 심산에서 나선 길이니 따로 목적을 둘 이유가 없다.
가시 성성한 줄기가 빼곡한 연보라빛 도깨비가지가 너울대고 며느리배꼽이 알알이 푸른 열매를 안았다. 짙은 보랏빛 엉겅퀴가 삐죽 키를 키운 그 들판은 보기와는 달리 온통 헤어나오지 못할 가시투성이다.

나즈막한 언덕배기 초입에서 불현듯 마주친 만남이다.
가만가만 옆에 두고 나란히 앉아 지켜보는 것은 나일 뿐
너는 어디에 시선을 두었는지 아랑곳없다.
그 덕에 이리 가까이 곁에 머물러주는 것이렸다.
남이 노래할 땐 잠자코 끝날때까지 들어주는 거라 했던가. 푸서리 위에 한껏 울리던 노랫소리는 가시투성이 들판 조차도 비단결로 여겨질만큼 아득했다.
이래서 백석시인도 멧새 소리를 가슴에 품었던 게지.
포르르 날갯짓에 함께 사라질 때까지 숨죽이다 그만
햇빛이 눈부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다 문득, 나는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오늘의 빛에, 바람에, 들판에, 하늘에 온통 가득했던 네 녀석을 말이다.

멧새 Meadow Bunting
202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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