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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모래군의 열두달/알도 레오폴드

by 물빛...물.들.다. 2021. 9. 2.

[모래군의 열두달/알도 레오폴드]

활동가 중반 시절, 당시 함께 하던 활동가 선후배들이 모여 생태철학과 환경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꽤 오래했었다. 그 가운데 예사롭지 않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바로 '모래군의 열두달'이다. 이 책은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모래땅 황무지에서 알도 레오폴드가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며 주변의 자연을 관찰한 기록이다. 읽다보면 상상도 못했던 표현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되려 서정시라는 느낌까지 든다.
숲 관련활동과 개인의 신념 가운데의 여러 고민들이 구체화되어 생각이 어지러운 무렵이었던 당시에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 책이기도 했다.

나는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내 신념에 가깝다. 단지 존재를 아는 것과 알아차리는 것의 너무 큰 차이를 내 스스로가 때때로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천천히 집중해서 한참의 시간을 공들인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알아차려진 그 무엇에 대한 생각은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공간과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수많은 문장에 꺽쇠를 해두었으나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한 페이지를 기록삼아 남겨둔다.

p128
자연의 질을 인지하는 우리의 능력은 예술에서 그렇듯이 아름다움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연의 질은 아름다움의 연속적인 단계를 거쳐 아직 언어화되지 못한 가치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p166
사람들은 비록 해독할 능력은 없지만, 그런 숨은 의미가 있고(늑대가 사는 모든 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또 바로 그곳이 늑대가 사는 곳을 다른 모든 곳들과 구분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숨은 의미가 밤에 늑대 소리를 듣거나 낮에 늑대 발자국과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늑대를 보지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때에도 그것은 백가지의 조그마한 사건들 속에 들어 있다. 한밤중에 말떼가 히잉거리는 소리. 바위가 우르르 구르는 소리, 사슴이 도망치려고 껑충거리는 모습, 가문비나무 아래 흘끗흘끗 비치는 수상한 그림자 같은 것들.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풋내기들만이 늑대가 있는지 없는지를, 또는 산이 늑대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없을 뿐이다.

*
그리고 이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했던 홀씨의 북클럽 토크 콘서트에서 역자이신 송명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서 참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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