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릴 어미를 찾는 울음으로 생은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시시때때로 애타게 목 놓아 찾는 대상이 있었거나 그런 존재를 갈구하곤 했다. 그 대상은 그저 그런, 아무라도 괜찮은 것은 아니어야 했다. 목의 핏대를 세워 찾을 만큼의 무엇이라면 응당 그에 맞는 걸쭉한 이유가 하나쯤은 있어야 했었다. (남들이야 뭐라 하던 스스로만 납득이 되는 이유면 족했다. 어차피 미치도록 애타는 것이라면 이미 제정신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 찾는 중에 제일은 아마도 아릿한 연심을 품은 사람이었을 거라 돌아오는 다정한 화답에 찌릿 전율도 느꼈다가 때로는 침묵에 낙심도 해 가며 그래, 이게 사람의 일이지 체념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냉온의 감정을 반복하며 생을 살다 각자의 별로 세상과 인사를 하겠지.
아직 물이 덜 올라 서걱서걱한 들판에 서서 롤랑바르트를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개개비 소리가 가까워졌다. 네 속이 그리 붉은 것도 그런 것이냐.
애타게 찾다가, 한없이 기다리다가 그리 붉어진 것이냐. 혼자 묻다 천천히 돌아 나오는 등 뒤로 휘도는 바람이 불었고, 들판은 온통 춤물결이 일었고, 녀석은 하염없이 울어댔다.
[개개비 Oriental Reed Warb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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