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

나서는 길

물빛...물.들.다. 2021. 7. 18. 20:38

2021.7.13

나서는 길들이 그냥, 무작정일 때가 대부분이다.
새를 만나러 가겠다고 작정하는 날도 별로 없거니와
작정을 해도 조릿거리는 마음은 이미 내던진지 오래다.
방랑끼가 여실하니 옛날 옛적에 태어났더라면 기와얹은 담장이든 돌담장이든 넘어도 골백번 넘어 다녔겠다.

내린다는 비는 소식도 없고 대기 중의 습기는 내 몸뚱아리로 다 흡수했는가, 물 잔뜩 먹은 솜뭉치마냥 한 발자국 운신하기도 벅차다고 느끼면서도 어정어정 녀석이 놀던 숲을 기어이 기웃거리고야 만다.
어김없이 큰금계국과 개망초가 차지한 땅에 여름인갑소  신고식하며 참나리가 선명하게 얼굴 드러내고 있다.
순간 말끔한 새 한마리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더운 날 목욕 한바탕하시고 한숨 돌리며 깃단장이다.
육추 동안 암수가 함께 머무른다하니 당분간은 녀석들도 서로 의지하며 전념을 다하겠구나.
어여 부지런히 키워 내보내고 말끔하니 윤기나는 깃 달고 어엿삐 날거라.

*
나도 무언가에 몰입하는게 아니라 몰입당하면 좋겠다.
저 칡때까지 마냥 육아 몰입은 아니고 ㅎㅎ

칡때까치 Tiger Shr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