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2023 새가 길어 올린 말들

새가 길어 올린 말들 #1 큰고니

물빛...물.들.다. 2025. 4. 8. 19:59

소록소록 내리던 눈이 굵고 탐스럽게 날리기 시작했다.

지나쳐 가는 곳곳의 설경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은 마냥 선물 같은 일이었다. 쉬고 있는 큰고니의 등 위에도 눈발이 서려 있었다. 간혹 한 마리씩 고개와 날개를 들어 눈을 털어내고는 이내 고개를 다시 파묻곤 했다.

저 큰고니의 등에 이는 눈의 무게는 얼마큼일까.

지금 나는 저 눈의 무게를 감성적인 무게로 둔갑시켜 내식대로 보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 읽은 따끈따끈한 심리스릴러 장편소설 크리스티앙 게- 폴리캠의 '눈의 무게'를 떠올렸다. 춥고 긴 냉혹한 겨울을 나야 하는 마을. 그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오두막에서 시작된 쇠약한 젊은 청년과 건강하

지만 늘은 노인의 동거. 그 안에 얽혀있는 인간관계와 하얗게 덮인 눈뿐인 창밖. 소설 속에서 눈은 환상적이고 아름 답지만 그렇게 내린 눈은 쌓이고 쌓여 오두막을 덮었고, 삶의 무게로 짓누르다가 어느 순간 압도해 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 비단 낭만적인 것만이 아님은 모두가 안다. 어떤 느낌으로든 눈앞의 자연에 압도되기 때문 이다.

환상적이든 찬란함이든 두려움이든 무기력함이든.

 

[큰고니 Whooper S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