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길어 올린 말들

새가 길어올린 말들 #16 노랑배진박새

물빛...물.들.다. 2025. 4. 30. 21:07

[새가 길어올린 말들 #16_노랑배진박새 ]

 

봄은 으례히 노랑빛으로 오는 걸로 생각했다. 산에 발걸음을 자주 하니 이르게 핀 복수초의 선명한 노랑을 선두로 아직 찬기운 가시지 않은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생강나무꽃을 먼저 마주했던 터다. 이르기로 치자면 납매와 풍년화의 노란색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어서 곳곳에 병아리 마냥 입에 똑 따다 물어보고 싶을 만큼  영춘화와 개나리가 발랄한 노란빛을 발한다. 그 뒤로도 노란색의 향연은 숲에서도, 들에서도, 도심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늦가을이 되도록 감국, 산국까지 지천에서 빛을 발하니 세 계절이 노랑으로 시작해서 노랑으로 귀결된다. 이만하면 '가장 빛에 가까운 색'이라 했던 괴테의 말처럼 땅 위에서 가장 빛나는 색이지 않은가.

 

노랑배진박새를 만나는 것으로 봄을 맞는다. 가느다란 소리를 내며 갸웃갸웃 호기심 어린 몸짓으로 사방을 옮겨 다닌다.  몸집이래야 고작 한뼘에도 한참 못미치는 녀석의 재빠르고 사뿐한 몸놀림을 눈으로 쫒다가 놓치곤 했다.  꼭 비오는 날 노란 우비와 장화를 챙겨 신고 신이 난 아이 같다. 녀석의 노란빛은 그야말로 경쾌한 노랑이다.

 

노랑배진박새 Yellow-bellied Tit

2022.3.22

2025.4.6 사진.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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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배진박새 수컷

노랑배진박새 암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