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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안개.마음.책임(211121)

by 물빛...물.들.다. 2021. 12. 21.

흩뿌리는 안개의 무게는 사물에 닿아 물방울로 맺혀 버석했던 풀잎을 늘어지게 하고 서서히 머리카락을 적셔 가라앉게 할 만큼이다. 안개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스스로를 주저앉히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해지고도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닥 무언가를 책임지며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하는 건방진 생각이다.
곧잘 뻣뻣해져 오는 목덜미를 주무르며 생각보다 자주 불쑥 치밀어 오르는 일에 대해 화를 냈다가 짜증을 냈다가 종내는 의기소침해져서는 입을 다물고 만다.
내 마음의 일이니 누구도 알 수 없고 참견할 수도 없고 스스로 모른척한대도 상관없을 일이지만 한번 가진 내 마음에 대해 느끼는 책임의 무게는 늘 생각보다 무겁다.

*
원래 이 시각은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아닌 눈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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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어마무시한 안개 속에서 만난 말똥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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